○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경청(傾聽)

그·림·자 2011. 9. 6. 00:00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정현종 시집『견딜 수 없네』(시와 시학사, 2003)
Photo: Steve Gill
Glenn Gould plays Bach Prelude in C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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