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손더스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하다는 사실, 모두가 어떤 슬픔의 짐을 지고 노동한다는 사실, 모두가 고난을 겪는다는, 이 세상에서 어떤 길을 택하든 모두가 고난을 겪고 있다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고, 모두가 부당한 대접을 받고, 무시당하고, 간과당하고, 오해받는다는) 것을 기억하려 노력해.. ○ 시인의 바다/•··내안의 바다 2018.12.01
산정묘지 20 - 조그마한 주검 새가 죽었다. 참새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하늘을 조금 찢어 내어 덮어 주자. 누가, 더운 입김을 조금만 쐬어 주었으면. 새벽 산길을 오르다 보면 샘물가에 미리 와서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니는 흔히 지나쳐 버리거나 잊어버리기 일쑤인 사람에게 기억되는 싶어하는 새. 새가 죽었다. 하느님..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8.12.01
설일(雪日) 흰색이 세상을 청첩했구나 바람이 눈을 쓸고 있네요 쓸다가 쓸다가 하도 고요해져서 두 손이 하염없어졌네요 조정권 유고시집『삶이라는 책』(파란) Olafur Arnalds - Happiness Does Not Wait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8.11.29
노란 한숨 개나리 노란 한숨 저 바람이 스치며 간다 노란 한숨이 아직은 작게 내려오는 봄빛 아래에서 바람이 스친, 아린 자리를 쓰다듬으며 허공에 머물러 있다 사랑한다, 라고 말할 시간이 온 것이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은 시간은 없었다고 말할 시간이 온 것이다 허수경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8.11.29
별리 은행잎 노란 물 든다 청춘, 어느 날 우리처럼 한 사랑이 또 다른 사랑에게 고하는 이별 같은 소식 애태우며 바래다 작은 바람이라도 일면 와르르 몰락하겠다 몰락은 흩어지며 사라지는 일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저를 놓지 않으려 안간힘 쓰지만 이별의 그늘은 줄다리기 승자차럼 힘의 반..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8.11.13
우수의 이불을 덮고 오늘도 우리 아는 이웃들은 다 무사합니다 자주 손끝에서 덧나던 희망 오래 만져서 닳고 닳은 고통들은 잠들었습니다 누더기의 남쪽 산에 내 짐 같은 꽃들은 지고 안부없는 흰새는 내를 건너 날아갔습니다 만나지 못한 사람의 이름만 아직도 열병처럼 이마를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흙 속.. ○ 시인의 바다/•··내안의 바다 2018.03.21
자살자(自殺者)를 위하여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7.09.15
이탈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 ○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2016.05.02
학살의 일부 4 누가 더 잘 죽었는가, 살아 있는 나로서는 죽음에다 대고 한없이 찬성표를 던지고만 있다. 아, 살아있는 자들이여, 과연 누가 더 잘 죽어가고 계신지 학살의 일부 중_ 김소연 시집 『극에 달하다』 (1996) - 살기 싫다는 말 앞에는 이렇게는, 이렇게는 이 항상 숨어 있어. 내가 죽어도 저 말은.. ○ 시인의 바다/•··시인은 없다 201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