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그·림·자 2010. 12. 31. 22:42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Photographed by Kim, Sang-Tae_ 김기택 시집『소』(문지, 2005) Jan Garbarek - Knot Of Place And Time

'○ 시인의 바다 > •··시인의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흐르는 강물처럼 & 사랑의 길  (0) 2011.08.20
북치다, 장구소리 들리다 · 2  (0) 2011.05.15
따뜻한 편지 -바람에게  (0) 2010.12.09
풀꽃  (0) 2010.01.31
들꽃 · 2  (0)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