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들꽃 · 2

그·림·자 2010. 1. 1. 00:00
혹시 아깝다고 소유하려고 꺾지 마라. 꺾으면 빨리 시든다. 탐스런 모란이 식상하다고 네 정원으로 옮기지 마라. 구중궁궐, 호강이 두렵구나. 비바람 맞으면서 이렇게 헐맺은 봉오리 누구에게 눈길 끌려고 피어나지 않는다. 불쌍타고 웃거름 주지 마라. 봄날 꿈자리만 사납구나. 무풍지대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찢어지는 아픔으로 홀로 피어나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한 조각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도 한 뙤기 땅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이렇게 저렇게 피어나는 꽃이라면 저마다 완성된 얼굴이고 나도 그런 꽃 중의 하나구나. 이름 없는 들녘에서 살다가 흔적 없이 스러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최기종 시집『만다라화』(화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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