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그·림·자 2011. 12. 25. 20:41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삼십 삼 세 미혼 고독녀의 봄 실업자의 봄 납세 의무자의 봄. 봄에는 산천초목이 되살아나고 쓰레기들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내 입안에서 오물이 자꾸 커 간다. 믿을 수 없이, 기적처럼, 벌써 터널만큼 늘어난 내 목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덤프 트럭이 들어와 플라스틱과 고철과 때와 땀과 똥을 쿵 하고 부려놓고 가고 내 주여 네 때가 가까왔나이다 이 말도 나는 발음하지 못하고 다만 오물로 가득찬 내 아가리만 찢어질 듯 터져 내릴 듯 허공에 동동 떠 있다. 최승자 시집『즐거운 일기』(1984) Rene Aubry - Chanson d'Ad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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