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점점 남루해지는
저물녁 거리에서
먼지처럼 떠돌며 나는 본다.
내 그리움의 그림자들이
짓밟히며 짓밟히며
다시 일어서는 것을.
집과 거리와 나무들이
소리 없이 흔들리며
세상을 향한
내 울음의 통로를 만드는 것을.
꿈에도 그리운 아버지 태양이여,
어머니이신 세상이여,
어째서 내 존재를 알리는 데에는
이 울음의 기호밖에 없을까요?
(울며 절뚝 불며 절뚝
이 거리 한 세상을 저어 가나니
가야지,
그리고 나의 사랑은 떨어야지)
최승자 시집『이 시대의 사랑』(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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