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풀벌레 소리
찌르르 적막을 찌르고
쓰르르 가을의 살을 쓰다듬고
울음인 듯 노래인 듯 그리움을 깨웁니다
홀로 뒤척이면 가슴을 훑는 것이 있습니다
고요할수록 또렷해지는 것들
텅 빈 집, 텅 빈 찻잔, 텅 빈 가슴에 고이는 것들.
오월의 라이락을 기억하기엔
추억이 너무 춥다
정직한 지붕들이 남은 햇살을 받을 때
누군가, 지상을 밟고가는 발자국 소리 들린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 넘기는 소리
혼자 선 비문을 스치는 늦은 바람소리
화강암의 슬픔으로 매미가 운다
아무도 이 작별에 손 흔들지 않는다
-이기철의 시『가을 전별』에서
어느날 만져보면 햇살조차 서늘합니다
바람소리가 슬퍼지면 누군가 내 곁을 떠나 갑니다
손을 흔들지 못하는 이별
풀벌레 울음이 멈출 때 쯤에서는 사람이 웁니다
가을에는 시든 꽃을 차마 치우지 못합니다
김택근/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