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학살의 일부 9

그·림·자 2009. 5. 21. 23:58
- 그렇게 차가운, 차가운 땅에 누워 멀리 흐르는 하얀 구름들만 바라보고 있는지 1 살아온 날들이 남긴 너의 사물들 정리하다 새벽을 맞았다 간밤의 거친 비에 못 견딘 꽃나무들은 손톱같이 애지중지하던 꽃잎들을 다 버렸다 골목에 떨어져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꽃들의 마지막 육체를 내가 먼저 보고 있다 2 살아서 고기를 굽고 파란 상추에 싸 먹는 내가 있고, 음식보다는 너로 인한 추억들에 날마다 체하고 손끝을 따는 나 또한 있다 3 (너를 잃은 후, 나는 산 자들의 안부는 정말이지,하나도 궁금하지가 않다. 살아있는 내가 끊임없이 이 육체에 무릎꿇듯, 행여 네가 그 넝마 같던 육체마저 애달프게, 그리워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내 걱정은 그게 먼저다. 오늘 적조암이란 절에 갔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이승을 떠난 시인 진이정의 기일이었다. 그의 영혼이 식사를 하러 왔을 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곳은 과연 살 만한 곳인지.) 4 나도 그렇게 네가 있는 나라 보았으면 좋겠다 김소연 시집『극에 달하다』(1996) Lacrimosa - Ein Hauch von Menschlichkeit


'○ 시인의 바다 > •··시인의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0) 2009.05.21
진눈깨비  (0) 2009.05.21
詩人  (0) 2009.05.21
나를 숨쉬는 여자, 오늘 꽃을 버렸다  (0) 2009.05.21
미쳐야 한다  (0) 2009.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