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뿜는 화산은
지구가 얼마나 안정을 원하는가 입증한다.
지구가 꿈꾸는 완전한 안정이
사소한 인간에게는 얼마나
위협적인가도 동시에 입증한다.
거친 소낙비가 오는 오후 한때는 비가 오고 있는 오후일 뿐
셔틀 버스에서 쏟아지는 여름성경학교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
허수경이 허벅지에 솥을 끼고 밥을 먹어도
유하가 영혼에 구멍을 뚫고 색소폰을 불어도
송찬호가 병이 깊을 대로 깊어 약 없이 살 수 있어도
바위는 모르는 사이에 그저 모래가 되고
모래는 모르는 사이에 그저 바다소금이 된다
눈앞에 보이는 이 불안은
보이지 않아도 알아챌 수 있는 혼란은
최후의 안전 상태를 위한 들러리다
그래서 시인은 불안하고
그래서 시인의 언어는 화산을 가둔 감옥
담배를 끄듯 구둣발로 그 어떤 운명이 지지직
문질러주길 원하는 것이다
김소연 시집『극에 달하다』(1996)
Placebo - In The Cold Light Of Mo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