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은
우울하게 죽은 자의 무덤에 간다.
구름내와 눈물내가 어둡게 나는
우울의 이마를 짚으러 간다.
권력의 톱으로도 썰지 못하고
시간의 날카로운 이빨로도 못 쓰러뜨린
이 세상의 우울이란 우울
모두 거머쥐고 죽은 자의 무덤
그 곁에 망각처럼 누우러 간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지척이어서
꿈으로 닿는 길도 지척이어서
손씻고 손씻고
아아 나는 가벼워져.
문정희 시집『어린 사랑에게』(미래사, 1991)
Wolf Hoffmann - Blues For Elise (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