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의 말을 누가 번역하는가
돌멩이가 어제보다 야위었음을 누가 보는가
꽃 봉지 만지던 바람은 한아름 향기를 안고 강을 건너고
나무 이파리는 떨어져서도 한 기슭을 가득 채운다
나뭇가지를 떠난 새는 저녁이 오면
어두워진 눈으로 아까 앉았던 나무를 생각하고
금방 떨어진 새똥은 점점 엷어지는 저녁 햇빛을 생각한다
누가 초록을 끌고 오는 6월 아침을 막겠는가
누가 7월에 돋는 메밀 싹을 막겠는가
소가 풀을 먹는 것이 습관이듯이
내가 먹는 습관의 밥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저녁은 다시 올 아침을 기다리고
신발은 저를 신어줄 따뜻한 발을 기다린다
오늘도 코발트빛깔의 하늘이 지붕 위에 내려와 있다
오래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린 습관
습관은 나의 가장 큰 적이다
이기철 · 월간『현대시학』(2005. 1)
David Wilson - Under Paris Sk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