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어느 날, 우울한 다짐

그·림·자 2009. 2. 28. 22:00
2월의 끝, 그것은 겨울의 끝인가 오래 잊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나는 창문을 연다 안짱다리처럼 어기적어기적 내리는 비가 파리한 나뭇가지를 유심히 진맥하고 나는 묵은 유행가 한 자락을 들추며 고작 담배나 피운다, 얕은 처마 아래로 아직 젖지 않은 예감 막막해도 흐르는 세월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온몸 뼈마디마다 두껍게 녹이 슨다 그러니 바람이여, 내 목덜미를 어루만진들 등골까지 서늘해지겠느냐, 한 죽음의 기별이 메마른 기억의 벌판에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켜 밭은기침이라도 나오겠느냐 저 고단한 봄날은 일찌감치 희망을 압류하는데 겨우내 꿰매지 않고 지낸 호주머니의 구멍이 생각나 새삼 손가락 하나 허방에 빠진 듯 허전하고 공연히 높은 산 어딘가 버짐처럼 남았을 눈이나 떠올려볼 뿐, 정녕 하릴없이 헐거워져도 뼈아플 수 있다면 마지못해 기꺼이 기꺼이 살기로 한다 Photographer Bertil Hansson - Blue Way 강윤후 시집『다시 쓸쓸한 날에』(문학과지성사, 1995)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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