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어두워 진다는 것

그·림·자 2007. 7. 12. 10:37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한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나희덕 시집『어두워진다는 것』(2001) Elysian Fields - Black Acres

'○ 시인의 바다 > •··시인의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0) 2007.07.12
씻음에 대하여  (0) 2007.07.12
  (0) 2007.07.12
이 순간  (0) 2007.07.12
부패의 힘  (0) 2007.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