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씻음에 대하여

그·림·자 2007. 7. 12. 10:37
아침 숲 속 안개 샘물에 얼굴을 씻으며, 씻겨져 내리는 귓가에 보이는 것에 대한 그대의 자그마한 비명 소리 듣는다 땀흘리고 분노하고 사랑하는 것 그게 후줄그레 씻음의 행위라고, 나는 말했지만 그대는 믿지 않앗다. 세상은 참 더러워요. 추해요. 치사해요. 아침 한기 온몸에 소름 바닥에 바위와 풀잎이 투명한 샘물에 얼굴을 씻으며 입김이 호호 냇물 위로 서리는 그 속에서 그러나 나는 오늘 다시 깨닫는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따스한 믿음을 결코 포기할 수 없음을 얼굴을 씻고 가슴을 씻고 가슴에 묻은 사랑의 소금끼를 씻고 다시 사랑하기 위하여, 빼앗겼던 것을 씻듯이 내 가슴에 묻었던 그대의 얇은 가슴마저 씻으면서 근육에 배인 아픔만큼은 씻어내릴 수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그것은 정말 얼마나 벅차고 소중한가 추운 날 가난한 사람들의 입김이 그렇듯이 씻음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케 한다 어떤 갈 길 같은 것. 김정환 시집『좋은 꽃』(1985) Loreena McKennitt - The Dark Night of the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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