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부패의 힘

그·림·자 2007. 7. 12. 10:36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되는 나여
나희덕 시집『그곳이 멀지 않다』(1997)
Apocalyptica - Nothing Else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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