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를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그를 보낸다.
그리고 고독을 미리 만난다. 고독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는다.
그가 떠난 뒤에 나는 고독을 만나 행복하다.
이 나이에 사랑의 아픔을 모르고 살아왔다니.
고독도 모르고 지내다니.
말도 안 돼.
사랑에 빠졌을 때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달관의 극점에 다다랐을까. 이제 나는 존재로부터 내게로 와서 느끼지만
고독은 순수하게 나로부터 시작되고 누구도 빼앗아 가지 못하는
나만의 재산이 되며 고독으로 해서 인격적으로 성숙한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만족함을 알고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의 평안을 안다면 고독한 사람들의 편안함도 알 수 있다.
Annie Leibovitz, White Oak Project(부분), Mark Morris,1990
김이연『존재로의 여행』(산성미디어,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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