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림·자 2007. 7. 3. 07:12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이외수 시집『그리움도 화석이 된다』(2000)

ATARAXIA - Etre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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