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새들의 페루

그·림·자 2009. 2. 27. 20:51

새의 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죽지에 부리를 묻고 폭우를 받아내는 고독, 젖었다 마르는 깃털의 고요가 날개를 키웠으리라 그리고 순간은 운명을 업고 온다 도심 복판, 느닷없이 솟구쳐 오르는 검은 봉지들 꽉 물고 놓지 않는 바람의 위턱과 아래턱, 풍치의 자국으로 박힌 공중의 검은 과녁, 중심은 어디에나 열려 있다 둥지를 휘감아도는 회오리 고독이 뿔처럼 여물었으니 하늘을 향한 단 한 번의 일격을 노리는 것 새들이 급소를 찾아 빙빙 돈다 환한 공중의, 캄캄한 숨통을 보여다오! 바람의 어금니를 지나 그곳을 가격할 수 있다면 일생을 사지 잘린 뿔처럼 나아가는 데 바쳐도 좋아라, 그러니 죽음이여 운명을 방생하라 하늘에 등을 대고 잠드는 짐승, 고독은 하늘이 무덤이다, 느닷없는 검은 봉지가 공중에 묘혈을 파듯 그곳에 가기 위하여 새는 지붕을 이지 않는다 신용목 · 월간『현대문학』(20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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