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이름을 지운다

그·림·자 2009. 2. 27. 15:37




이름을 지운다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허형만 · 월간『현대시학』(2006. 5)

그림자 ::::
Phil Coulter - In Loving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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