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소묘(素描)

그·림·자 2011. 12. 25. 20:45

산에 올 때마다 가을은 한 겹씩 옷을 벗는다 잘 익은 그러나 욕정엔 물들지 않은 그녀의 육체 팽팽한 탄력이 곡선에 눌려 더욱 뚜렷하다. 말끔히 씻긴 안정(眼睛) 눈으로도 맡는 향긋한 내음 어떠한 장식도 완미(完美) 앞에서는 남루에 불과하다. 차라리 낙엽처럼 떨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해마다 그녀의 나체를 보는 덴 실패한다. 누구나 그녀의 슈미즈까지밖엔 볼 수 없을 것이다. 전라가 되려는 그 찰나에 겨울이 덮쳐버리기 때문이다. 악한은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때를 노리고 겨울은 지금도 저 풀숲 어디쯤에 숨어 있을는지 모른다. Tamara Lempicka - Le Chemise Rose_ 이형기 시집『그해 겨울의 눈』(1985) Cat Power - Were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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