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바다/•··시인의 바다

이름짓지 못한 시

그·림·자 2014. 4. 28. 22:28

지금 나라초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 
두 눈에 넣어둔 
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 
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 
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 지난 열흘 내내 지난 열며칠 내내 엄마는 넋 놓아 내 새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제발 살아있으라고 살아서 연꽃봉오리 심청으로 떠오르라고 아빠는 안절부절 섰다 앉았다 할 따름 저 맹골수도 밤바다에 외쳤습니다 나라의 방방곡곡 슬픔의 한사리로 차올랐습니다 너도나도 쌍주먹 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슬픔도 아닌 뒤범벅의 시꺼먼 핏덩어리가 이내 가슴속을 굴렀습니다 나라라니오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슨무슨 세계1위는 자살 1위의 겉이었습니다 무슨무슨 세계 10위는 절망 10위의 앞장이었습니다 사회라니오 그 어디에도 함께 사는 골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신뢰라니오 그 어느 비탈에도 서로 믿어 마지않는 오랜 우애가 자취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흔히 공이 없고 사만 있다 합니다 아닙니다 사도 없습니다 제대로 선 사만이 공을 낳습니다 신성한 사들이 다 썩어문드러진 것입니다 이런 사로 권세를 틀어쥐고 부귀를 꽉 움켜잡고 있는 죽음의 세월입니다 오늘도 저 남녘 앞바다 화면 앞에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친들 땅을 쳐 피멍들 손바닥뿐인들 내 새끼의 환한 얼굴이 달려올 리 없건만 밤 지새울 멍한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어찌 엄마아빠뿐이겠습니까 이 나라 풀 같은 나무 같은 백성 남녀노소라면 저 과체중의 선체가 기울었을 때부터 하루 내내 실시간의 눈길이 꽂혀왔습니다 그 선체마저 잠겨 겨우 꼬리만 들린 채 나라와 세상살이 갖은 부실 갖은 비리 하나하나 드러내는 통탄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런 역적 같은 이런 강도 같은 참변 앞에서 과연 이 나라가 나라 꼬라지인가 물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야만이 저지른 희생 앞에서 이 사회가 언제나 청정한 하루하루일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얼마나 인간이었던가를 뉘우쳤습니다 영혼이라는 말 양심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몰라야 했습니다 알아야 했습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야 꽃들아 초록들아 이토록 외치는 이 내 심신 차라리 풍덩 내던져 우리 모두 빵(영)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둘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나도 너도 나라도 무엇도 다시 첫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고도성장의 탐욕으로 마비된 것 이른바 무한경쟁으로 미쳐버린 것 이른바 역대권력에 취해버린 것 하나하나 각고로 육탈로 떨쳐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1인과 10인의 향연이 아닌 만인의 영광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못 박아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는 올가을이면 내년 봄이면 파묻어버릴 사태가 아닙니다 1백년 내내 애도해야 합니다 죽은 꽃들을 그 앳된 초록들을 이 내 피눈물의 새끼들을 망각을 물리치고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고 은 한국작가회의 애도 시 릴레이_ Copyright ⓒ The Hankyoreh Arcangelo Corelli - La Follia - Jordi Savall - Diego Velázq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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